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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일기] 01. 충격 실화! 직장이 사라졌다 본문
충격 실화! 직장이 사라졌다
<제1화>
공원과 오락실로 출근했다던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처럼 준비되지 않은 실직은 아버지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은 말처럼이나 이렇게 갑자기 우리를 찾아오는 것 같다.
인턴 기간을 포함하면 약 1년차. 비수기를 맞아 2월 나는 충동적으로 축구 여행을 다녀왔다. 영국에 도착한 다음날 진행된 경기에서 손흥민은 팔 부상을 입었다. 결국 그는 고대했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도, 런던 더비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팀은 쓰디쓴 연패를 맛보게 되었다. 그렇게 내년을 기약하며 입국하기가 무섭게 한국에도 코로나19의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출국하기 전에는 한 자리 수 였던 확진자가 이제는 네 자리 수를 앞두고 있었고, 날파리가 날리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그리고 나 혼자 탑승했던 공항 리무진까지 그 한산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나는 이 전염병이 가져올 일련의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KDI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0.2%… IMF이후 최악”
입국 한 2월 말부터 이어진 전염병의 확산은 점차 그 속도를 높였고, 한국은 물론 유럽, 미국으로 번지며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럽과 북미권에서 보인 초반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지만, 글로벌 시대에서는 더 이상 한 나라의 불행이 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3월 부터 행사 업무가 홀드되기 시작하면서, 단기 휴업을 반복하며 어떻게든 하반기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게 최선이었다.
본격적인 휴업으로 돌입하는 시점이 왔고 나름 '신입사원의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주제로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기획자로서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업로드 하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실직. 경제 상황 악화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어떻게 다시 내 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앞섰다.
대면 서비스의 한계
지금까지 나의 커리어는 모두 대면 서비스에 해당하는 문화 산업에서 축적되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수천명이 함께 숨쉬며 공유하는 공연, 그리고 대면 네트워킹을 위한 MICE 산업까지 그 어떤 부분도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만큼 이번 사태를 통해 비대면 환경에서 오프라인 서비스의 한계를 똑똑히 경험하게 된 것이다.
IMF 외환 위기 극복 이후, 급격한 성장세는 사그라들긴 했지만 통신 서비스 개선, 관광 산업과 같은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MICE 산업은 차근차근 성장을 거듭해나가고 있었다. 문화의 날(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회식 등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증가한 문화 향유 욕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업계에 대한 공적, 사적 영역의 투자로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으로 대면 서비스는 물론 다수가 응집하는 형태의 이벤트 진행이 어렵게 되면서 공연 예술, 스포츠, 컨퍼런스, 여행 업계 등 다수의 산업에 물음표가 붙게 되었다.
약 1조원에 달하는 손해가 예상되는 EPL, 휴업에 폐업을 거듭하는 여행사와 저가 비행사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그 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모든 영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되는 가운데, 주니어 레벨인 개인이 세울 수 있는 대책에는 무엇이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처하는 나
'불확실성'을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게 된 만큼 개인으로서 결정해야한 굵직한 궤도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 할 수 있었다.
1.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행사는 지속될 것이므로, 지금의 혼란은 재도약의 시기로 감수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2. 오프라인의 한계를 이해한 만큼 온-오프라인의 연계가 가능한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사실상 2번은 이후 코로나 사태가 재발했을 경우 안정성에 대한 고민을 반복해야 하는 위험을 없애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국제적 전염병 확산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매 시기마다 커리어의 안정성을 걱정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3년 이하의 주니어 레벨에서는 아직 업종 전환의 유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기에 재정비 할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한 꾸준한 자기계발과 학습만이 도약의 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 업무에 대한 열정이 있고, 문화 산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존속할 것이라는 생각도 존재하고 있다. 당장은 대면을 통한 전염병 감염의 두려움이 사회적 교류의 욕구를 가로막고 있지만, 매슬로우의 5대 욕구 이론에서도 사회교류에 대한 욕망이 큰 부분은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Mingle(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것)'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미 직장을 잃은 마당에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마음가짐으로 2020년 6월을 맞이해보려고 한다. 언어 학습을 하든, 독서를 하든, 기술을 배우든 차근차근 나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것이 이 기간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정체된 시간을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자아 실현을 위한 선택지를 찾아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 시간을 해쳐나가는 나를 꾸밈없이 기록해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모든 위기의 청년들 화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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